죽는 줄 알았다. 과장도, 농담도 아니고 정말이다. 최근 우리가 겪었던 일련의 사건들을 요약해 보자면 '용케도 다들 살아 있다'라는 표현이 딱 맞을 지경이니까. 거미 둥지에서는 데미안이 여왕 거미의 주의를 잘못 끌었다가 오른쪽 상반신이 통째로 날아갔다. 그 다음으로 도착한 하늘 섬에서는 갑작스러운 섬의 붕괴를 피해 도망치다가 리키엘 경의 몸이 기생충 둥...
땅벌 둥지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시작했다. 용사의 설명에 따르면,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의 수호자인 여왕 거미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것 같다. 수호자의 힘을 얻으면 이 지역과 다음 지역을 잇는 통로를 열 수 있고, 그 통로 너머에는 이곳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나. 물론 지금 당장은 수천 마리...
"불을 피울 생각이지? 내가 도와도 괜찮겠나?" 내 얼굴과 나무껍질 더미를 번갈아 보던 리키엘 경이 슬그머니 운을 뗐다. 저쪽도 꽤 피곤해 보이는 터라 망설여지긴 했지만, 도와주겠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을 것 같았다. 나는 작은 손도끼 하나를 리키엘 경에게 건네 주고는 나무껍질을 적절한 크기로 쪼개기 시작했다. 그 또한 옆에 앉아 내가 하는 양을 ...
이쯤 되면 아무도 부정하지 않겠지만, 우리 용사님은 그렇게 성격 좋은 사람이 못 된다. 물론 못미덥다거나 성질머리가 나쁜 건 절대로 아니다. 로한은 마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, 안전하게 마계를 탐험하는 요령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. 마계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가 이리저리 허둥거리거나 사소한 일에 놀라 자빠져도 화내거나 비웃지 않는 걸 보면 최소한의 인성 ...
아무리 가혹하고 압도적인 세상에 떨어진다 해도, 시간을 들여 적응력을 발휘하면 어떻게든 버틸 수는 있기 마련이다. 분명 마계에 발을 들이밀기 전까지만 해도 불안감과 두려움에 가슴이 벌렁거렸던 것 같은데, 고작 닷새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나는 마계 생활에 제법 익숙해졌다. 마계라는 동네도 의외로 살 만한 곳이다. 물론 '용사님'의 존재 없이는 삶의 명제 ...
#1. 20150303~20220713. 용사가 나오는 짧은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이걸 다 쓰는 데 7년이 걸렸습니다. 7년씩이나 붙잡을 내용이 아니었다고 자각하고는 있습니다. 원고를 정리해 보았더니 대략 165만 자 언저리가 나왔는데, 이 정도면 한 달에 5만 자씩만 꾸준히 쓴다고 가정해도 3년 안에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. ...
수도의 주민들 중 마계 침공의 밤을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. 기억이라기보단 악몽에 가까운 순간들이었다. 밤의 허황된 광기가 빚어냈다 믿고 싶을 정도로 역겹고 흉측한 것들이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. 달빛 아래에서 꿈틀거리는 마물들의 형태를 내가 정확히 보았던가, 못 보았던가? 어쩌면 못 본 부분을 상상력으로 채운 탓에 더 기괴해졌는지도...
아이델 왕국의 광장 한복판은 축제 분위기였다. 북적대는 사람들과 웅성거리는 목소리, 꼬질꼬질한 옷매무새나마 정성껏 다듬고 고개를 기웃거리는 어중이떠중이들의 낯빛에는 흥분감이 가득 차 있었다. 고단한 이 삶에 한 줄기 희망이라도 내리쬐기를, 잠시나마 흥청거리는 분위기에 몸을 맡기고 시름을 잊을 수 있기를. 다들 그렇게 기대하는 기색이 역력했다. 그 기대가 합...
*2018. 1. 26 작성. 당시 기분전환 겸 써본 외전입니다. 본편과는 이렇다 할 관련이 없습니다. *기본적으로 개꿈 설정이며, 제목을 보면 알겠지만 작중 시간은 용트루 200화 당시입니다. 당연히 최신화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반영하지 않습니다. * 갑자기 올리는 이유는 별거 없습니다. 예전에 썼던 트윗(https://twitter.com/I_MIN...
‘역시 지금은 숨어야겠지?’ 상윤은 나중에나 다시 열어보려던 스킬 제작 창을 허겁지겁 열었다. 다행히도 저 바깥에 있는 악마는 진짜 생존자가 아니라 생존자가 부리는 하인 비슷한 존재인 모양이고, 아직 저 악마는 상윤의 존재를 눈치채지조차 못했다. 스킬을 만들어 숨을 장소를 마련하려면 지금이 기회다. 저 악마의 주의를 끌어 대화를 시도한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...
한때 썩어 가는 식료품으로 가득 차 있던 마트의 매대에는 이제 거미의 금속 앞다리와 출처 모를 고깃덩어리들이 쌓여 있었다. 역과 통하는 입구에만 조촐한 모양새로 설치해 놓았던 함정은 이제 제법 규모가 커져서, 한 번에 여러 마리를 동시에 잡아도 위험하지 않을 만큼 정교하고 세련된 형태가 되었다. 상윤은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전리품들을 정리했다. 일단 함...
* 권우현과 그 일행은 거의 세 시간에 가까운 행군 끝에 겨우 XXX거리 역까지 도착했다. 버스로 1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고 걷는다 쳐도 30분이면 넉넉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지연은 조금 민망해했지만 일행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. 아스팔트 대신 괴물의 피와 기름이 길바닥에 깔려 악취를 내는 상황에서 제 시간에 도착할 거라고 믿는 쪽이 더 순진했다. 게다가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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